[벌받는 꿀] 3화. 몸에 숭숭 구멍을 낸다는 뜻이 아니고 너무나 사랑하여 네 안에 내가 살 집을 짓고 싶단 의미
생각해 보면 나는 좀 모자랐다. 너 몇 살이야 씨발놈아. 그가 말했다. 야 이 개새끼야 너가 알아서 뭐하게. 내가 응수했다. 수년 정도 회사를 먼저 다닌 사람에게 욕하면서. 아. 나도 모르게 그랬다. 왜 참지 못했을까. 곧바로 후회했다. 수년 더 다닌 사람은 수년 더 더 다닌, 그러니까 나로부터 수십 년 더 먼저 산 사람에게 내가 뱉은 욕설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수십 년 산 사람은 회사 생활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하고 나지막이 타일렀다. 좀 안심했는데 몇 주 뒤 부서가 바뀌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조직도 충동적이고 제멋대로였다.
위계를 흔드는 것은 죄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 인간의 본능을 거스른다. 우물가에 나와 돌팔매를 맞는 일이다. 돌이켜보면 군대에서 내 후임이 나와는 잘 지냈지만 다른 선임에게 함부로 대할 때 기분이 이상했다. 낯설고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들었다. 아마 얘가 나한테도 그러면 어떻게 하지 생각했던 것 같다. 사회는 그런 곳이다. 알면서도 별것 아닌 일에도 울분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앞뒤 재지 않을 정도로 강하진 않았다. 그래서 내게는 항상 갈등을 풀어내는 언어가 절실했다.
벌집 만들어뿐다: 택시 승강장의 벌집(대구지방법원 2014노1753)
개인택시 기사인 A씨는 2014년 3월 4일 16시 40분 경북 영천시 영천시외버스터미널 앞 택시승강장에서 다른 택시 기사와 말다툼을 벌였다. A씨는 말다툼을 말리기 위해 끼어든 피해자 B씨(당시 58)가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었다. A씨는 집 지하창고에 가서 공기소총과 5.0㎜ 연지탄 5발을 들고 다시 승강장에 왔다. B씨가 승강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려고 택시 밖에 나와 서 있던 것을 발견했다.
A씨는 B씨와 10m 떨어진 거리에서 공중을 향해 한 발을 쐈다. 그는 계속 다가가며 “너 왜 나를 째려봤노, 39호(말다툼한 택시)하고 니 하고 죽여뿐다”며 B씨 오른쪽 땅바닥을 향해 또 1발을 쐈다. 동료들은 공기총을 빼앗아 다시 A씨 택시의 조수석에 뒀다. 하지만 A씨는 B씨와 공기총을 쏜 것을 두고 다시 말다툼을 벌이다 공기총을 다시 들고 와 “39호하고 니는 벌집을 만들어뿐다”고 말하며 다시 B씨 오른쪽 땅에 1발을 발사했다.
2014년 5월15일 대구지방법원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집단·흉기 등 협박) 및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으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A씨는 사건 이전에도 다른 택시운전기사와 말싸움을 하다가 분을 못 참고 공기총을 가져와 땅바닥을 향해 발사한 적도 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재범가능성도 높아 보인다”며 “피고인이 비록 법정에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동종 전과나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으며, 피해자와 합의하는 등 유리한 정상이 있기는 하나 엄중한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항소했다. 2심에서 재판부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약 4개월 동안 구금생활을 통해 잘못을 반성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정신과 치료를 받을 것을 다짐하는 점과 그밖에 피고인의 성행, 환경,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형벌 경감 이유를 밝혔다.
꿀벅지: 군대의 꿀벅지(대전고등법원 2022누12539)
2023년 5월 18일 대전고등법원 제1행정부는 군인 C씨가 “감봉 2개월 징계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을 기각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C씨는 헌병대장으로 근무 중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상 군인은 성희롱·성추행 및 성폭력 등 군기문란행위 및 품위유지의무를 해서는 아니 된다는 점을 위반해 2019년 7월 육군본부 징계심의위원회 징계를 받았다. C씨는 이에 항고했지만 위원회는 기각했고 징계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청구한 것이다.
C씨는 세 가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 2018년 8월 경기 양평군 소재 펜션에서 부대 워크숍 장소를 둘러보다 2층으로 올라가면서 여군들이 있는 상황에서 “2층에서 나랑 잘 여군?”이라고 말했다. 같은 해 10월 부대 내 풋살장에서 여군이 공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부대원과 여군들이 있는 앞에서 “○○이 진짜 꿀벅지 아니냐?”라고 말했다. 또한 재임기간 동안 부대 회식에서 여군들에게 “걸그룹, 예쁜 ○○”이라고 수차례 말했다.
C씨는 대위의 축구실력을 칭찬하려고 ‘꿀벅지’라고 말했다고 항변했다. 성적 의도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꿀벅지라는 용어는 널리 일상용어로 사용돼 그 자체로도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판부는 꿀벅지는 양성평등기본법상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봤다. 양성평등법상 성희롱이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재판부는 “꿀벅지라는 표현은 신체 중 허벅지의 특징을 묘사하는 비속어로서, 단순히 튼튼하고 건강해 보인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성적인 매력이 있다는 의미를 포함해 사용돼 왔다”며 “원고가 여군인 대위의 허벅지 부분을 가리켜 ‘꿀벅지’라고 표현한 것은 원고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대위의 허벅지의 성적 매력을 함께 언급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아가 성적인 의미가 포함돼 있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타인의 신체적 특징에 대해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성적 언동에 해당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머잖아 이 동네엔 벌집을 쑤신 듯한 소동이 일어날 거야. 난 그때를 위해 불려온 거다……. 그렇게만 말해두지.” ─마츠모토 타이요, 김완 옮김, 『철콘근크리트』(문학동네, 2023)
벌집에서 나오는 부산물 중 꿀은 그 물성에 맞춰 관용어가 만들어진다. 합성어인 꿀벅지는 꿀의 관능적인 면이 도드라진다. 도시인이 꿀에 대해 성적 은유를 느끼는 것은 점성 때문일 텐데…… 꿀의 끈적함은 성적인 교감, 기름칠 된 체인이 모터를 통과하는, 더 나아가 촛농을 떠오르게 한다. 물론 내 머릿속이 저속할 수도 있다. 아무튼. 양봉인으로서 품위 있고 진지하게 다시 평한다면 흐르는 꿀은 좋지 못하다. 벌에게 꿀은 미래 식량이다. 수분을 말려 오랫동안 저장해야 한다. 꿀벌은 꿀을 날갯짓으로 충분히 말린 뒤 밀랍으로 꿀이 담긴 벌방의 문을 닫는다.
정성과 시간이 오래 들어간 꿀이란 흐르지 않는다. 단단하다. 축산물품질평가원 꿀 등급제(1+, 1, 2등급)에서 최고인 1+등급은 수분함량이 20% 이하여야 한다. 수분함량이 적은 꿀을 숙성꿀, 물처럼 흐르는 꿀을 생꿀이라 한다. 숙성꿀은 벌이 꿀을 저장하는 수만 번의 움직임에 양봉인이 채밀을 미루는 기다림까지 더해져야 한다. 좋은 꿀을 아는 양봉인은 축구선수처럼 단단한 허벅지를 두고 꿀벅지라고 말할 것이다.
국내 양봉은 거칠게 고정식과 이동식으로 나눌 수 있다. 양봉장에 벌통을 두어 기르는 법과 꽃을 쫓아 남에서 북으로 올라가는 삶은 다르다. 가장 많이 먹는 아까시꿀이 대체로 이동식으로 얻는 꿀이다. 트럭에 벌통을 가득 싣고 잠시 산에 벌통을 두고 며칠 뒤 덜 여문 꿀을 채밀기에 탁탁 털어낸다. 벌들이 마구 쏘고 할퀼 듯이 날고 사람들은 그런 벌을 봉솔로 탈탈 털어내고 꿀을 탁탁 통에 쳐서 흩뿌린다. 이동식 양봉은 벌이 꿀을 완벽한 형태로 저장하기 전에 채취하기에 대체로 꿀의 점성과 풍미가 약한 상태다. 그에 반해 나는 야산 한가운데 벌통을 둔다. 여럿 꽃꿀이 마구잡이로 섞인다. 꿀의 풍미와 점성이 강해진다. 내가 돌보는 벌들이 키워낸, 단단하고 향기로운 꿀.
꿀이 담긴 벌집을 논할 때 인간과 벌 사이 언어 격차는 더 커진다. 사람은 집 없이 얼마간 살 수 있다. 벌은 그럴 수 없다. 벌은 집 없이 알-애벌레-번데기-성충으로 이어지는 성장을 이어갈 수 없다. 화분과 꿀을 모을 수도, 체온을 유지할 수도, 여왕벌을 보호할 수도 없다. 벌집은 벌이 기거하는 공간이라기 보단 벌 그 자체에 가깝다. 다른 곤충들보다 훨씬 정교한 집을 짓는 벌들은 서로가 없이는 살 수 없다. 인간이 벌집 만든다는 뜻은 몸에 수없이 구멍을 내겠다는 총잡이의 협박이지만 벌에게는 내가 네 안에 살겠다는 의미다. 사랑 고백이다. 벌은 일생의 대다수를 벌집 안에서 보낸다.
꿀벌은 벌집의 원재료인 밀랍을 직접 생산한다. 밀랍은 꿀벌 배의 환절 일곱 개 중 네 개에 위치한 네 쌍의 밀랍샘에서 분비된다. 일벌들은 벌집을 지을 때 필요에 따라 여덞 개의 밀랍샘을 활성화해 한 번에 여덟 조각 밀랍을 생산한다. 갓 우화한 꿀벌의 밀랍샘은 다 자랄 때까지 며칠이 걸리는데 밀랍샘이 최고 성능을 발휘하는 것은 일령 12~18일 사이이다. 일벌은 밀랍 조각을 큰턱샘의 분비물과 함께 섞어 끈기가 생길 때까지 충분히 반죽한다. 밀랍 한 조각당 약 4분의 시간을 들인다. 100g 밀랍으로 약 8000개 방을 만들 수 있다. 새로운 은신처에 입주한 꿀벌 군락은 엄청난 에너지를 들여 밀랍을 생산한다. 벌집을 새로 지어야 하는 군락은 1200g의 밀랍을 만들 에너지를 얻기 위해 약 7.5kg의 꿀을 소모해야 한다. 1200g의 밀랍으로 약 10만 개의 방을 만들 수 있는데, 이는 중간 규모 정도의 벌집 크기다.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이치사이언스, 2009)에서 다듬어 정리.
내가 나 된 것이 그러니까 내가 나의 집에 거하여 살 수 있는 것이 결국은 나의 일부로부터, 동시에 너의 일부로부터 비롯됐다는 것. 벌의 입장에서 내가 네 안에 벌집을 만들겠다는 표현은,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인간의 입장에서 너를 벌집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말을 벌의 입장에 맞추어 다시 보자면 나 죽고 너 죽자 정도일 것이다. 꿀벌은 배를 말아 수직으로 침을 박아 넣은 뒤 날아오른다. 침 끝은 낚싯바늘처럼 미늘 형태다. 한 번 박히면 내장이 같이 딸려 나온다. 침을 쏜 꿀벌은 곧 죽는다. 독침 끝에 달린 근육이 꿈틀대며 독을 밀어 넣다 멈춘다. 꿀벌은 그 주변 어딘가 떨어져 벌벌 떨다 영원히 멈춘다.
벌 키운다면 벌 같은 마음 갖는 것이 이치에 맞다. 자연스럽다. 이 단어를 나는 요새 자주 생각한다. 태어난 대로 산다. 그러기 위해 나는 나의 싫은 부분을 자꾸만 덮어두기 보단 그냥 그곳에 더 잘 햇빛을 쏘이고 말리고 싶을 뿐이다. 좀 더 숙성된 꿀, 단단한 꿀이 되도록 견고한 벌집을 마음 속에 지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벌이 밀랍샘에서 밀랍을 툭툭 떨어트리면 다른 벌들이 그것을 주워 이고 지고 들보와 기둥을 세우듯 나는 벌의 작업 방식으로 말해 보고자 한다.
인간이 조롱과 저주의 말로 쓰는 꿀과 벌 은유를 벌의 마음으로 다시 해석해 보자.
“너는 개미가 꿀단지에 덤비듯 한다.”
인간의 뜻: 욕심에 눈이 멀어 분별력 없이 행동한다는 뜻.
벌의 뜻: 개미는 벌목에 속하는 존재다. 벌 아래 있는 개미가 꿀단지에 덤빈다는 건 그만큼 내가 만든 꿀이 맛있다는 뜻. 그러니까 당신은 내 꿀을 너무나 좋아하고 내가 만들어낸 존재를 많은 이들에게 칭찬한다는 말.
“당신은 거지 꿀 얻어먹기야.”
인간의 뜻: 가난한 자가 성공할 일 없다, 개천에서 용 안 난다는 뜻.
벌의 뜻: 실은 거지야말로 원기 회복에 필요한 꿀을 먹어야 한다. 아주아주 큰 행운이 올 것이란 뜻입니다. 복된 하루 되세요.
“나한테 꿀 먹은 개 욱대기듯 한다.”
인간의 뜻: 속에 있는 말을 시원히 하지 못하고 딱딱거리기만 한다는 뜻.
벌의 뜻: 꿀 먹은 개라니. 그 개는 행복한 개입니다. 개처럼 짖을 필요 없이 입안에 꿀을 문 채 고요의 달콤함을 알아볼 수도 있을 테니까요.
“당신 집에 꿀단지 파묻었나요.”
인간의 뜻: 집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
벌의 뜻: 집에 가려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중입니다. 그가 집에 가도록 내버려두세요. 집에 가는 그를 보면서 당신도 집에 가고 싶어질 것이고 마침내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슬며시 나면 집에 있는 보고 싶은 사람 또는 집에 없는 사람도 보고 싶어지는 지경에 이르러 세상은 잠이 들고 집은 꿈을 꿉니다.
최용준